여행을 가기로 했지만, 바쁜 맞벌이 부부인지라 예약도 한참 오래 걸리고, 마지막까지 갈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던 여행입니다. 담당자님, 정말 제 대중 없는 연락에 답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사실 가이드맨을 이용한 이유 중 하나는 바쁜 와중에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부담스러워서입니다. 베트남은 20년만에 가는 거라, 정말 출발 전까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주변 친구들이 다 다녀왔길래, 아이들과 가자는 생각은 했지만, 둘다 휴가인 날짜만 맞추어 놓고. 비행기만 예약하고 멍하게 있었습니다. 아이들 학원 일정 비우고 일정 조율만으로도 버거웠습니다.
연말 연초는 정말 바쁜 시기라, 이걸 저희끼리 하면 싸움이 될 것 같더라구요.
나트랑에 무엇이 유명한지 찾고, 예약하는 것도 귀찮고 복잡하고, 둘째를 데리고. 짐을 들고 그랩을 타고 이동하는 걸 생각하니 눈물이 ㅜㅜ 그래서 모든 걸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냥 네이버에 베트남 가족투어로 검색하고, 두 곳에 견적을 맡겼는데, 가이드맨에서 일정과 가격, 팁까지 촘촘하게 짜주셔서 선택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저희 가족에게 여행의 모든 순간이 온전하게 집중되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멀미가 심한 첫째, 해외여행이 처음인 수줍음이 많은 둘째,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 저질 체력이자 디저트를 좋아하는 엄마, 저희 넷만 있으면 그 안에서 조율이 되지만.. 힘들게 결정한 여행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서로 예민해 질 것 같았습니다. 가족끼리 가면 일정을 조율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출발 3일 전에, 가이드맨에서 받은 동선 그대로 블로그와 유튜브를 검색하며 나트랑 공부를 했어요. 트래블 카드도 며칠 전에, 환전도 정말 당일에 했어요. 이렇게 시작한 여행이라 사실 약간 불안했어요.
하지만 가이드 얀님 덕분에 정말 편안한 여행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그 냥 편안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주셨어요.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해결해 주셨어요.
밤비행기를 타서 피곤한 상태였는데, 커다란 과일 바구니로 맞아주셨습니다. 한국에서는 겨울에 먹기 힘든, 달콤한 과일들이라... 하나씩 먹다보니 당일 밤에 절반을 먹었습니다.
첫날 오전에는 여독을 풀었어요. 다섯 시간 비행 후, 오른쪽으로 고개가 잘 안 돌아가더라구요. 점심을 먹고, 빈원더스로 향했습니다. 다음날 호핑투어가 예약되어 있어서 워터파크는 안 가고, 그냥 간단한 놀이기구와 동물원만 가겠다고 말씀드렸어요. 5시간 정도 머물렀습니다.
저희끼리 있었으면 지도보다가 시간을 다 날렸을 것 같은데, 케이블카를 탈 때부터 현지인의 능숙함으로 동선과 시간을 아끼면서도 풍경이 멋진 곳을 짚어주셨어요. 도라에몽 가방에서 아이들을 위한 물과 티슈를 착착 꺼내주시도 하셨습니다.
오락실, 롤러코스터, 동물원 곳곳, 대관람차, 유명한 버드쇼, 타다공주 열차, 매직 플라이트, 둘째를 위한 회전 목마와 범퍼카까지. 네 명의 가족이 다 만족했어요. 진짜 정확한 지름길과 시간을 다 아시니까. 저희는 그냥 해맑게 웃으며 얀삼촌을 따라 다니면 되더라구요. 최소한의 동선을 입에 달고 사는 전형적인 한국인인 저도 만족스러웠어요.
게다가 열두 살, 여섯 살 두 아이를 어찌나 살뜰히 살피는지 부끄럼이 진짜 많은 둘째가 어느새 얀 삼촌의 손을 잡고 다니더라구요. 버드쇼에서도 얀 삼촌 옆에 앉겠다고^^
죄송했지만, 엄마 아빠는 참으로 감사했어요. 모든 순간에 아이들한테 시선을 두시는 모습에서 이 청년 프로구나. 그리고 일에 진심이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원가족끼리만 여행을 다니면 넷이서 찍은 사진이 없어요. 엄마가 없거나, 아빠가 없는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가족 사진을 잔뜩 얻었습니다. 얀은 포토스팟을 잘 알고, 카톡으로 또 사진을 보내주시니까. 저희가 따로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더라구요. 게다가 정말 분위기 있는 사진을 잘 찍어요. 해마다 유치원에서 가족 사진 보내달라고 할 때, 네 명 모두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어 곤란했는데 올해는 자신 있습니다! <여기에는 차마 올리기가...>
시내로 나와 발마사지를 받는 동안에 아이가 잠들어 버려서 야시장에 못 가고 일찍 일정을 마쳤지만, 그 자리에서 "괜찮아요. 갈 수 있어요." 하시며 또 일정을 조율해서 다른 날에 포함해 주셨어요. 친구들이 베트남 여행하면 매일 마사지를 포함하는 이유를 알았어요. 시원함과 스스로에게 고생했다, 돌본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특히 마지막 날, 시내 투어 후에 전신마사지를 받지 않았으면 집에 와서 몸살 났을 것 같아요.
둘째 날 호핑투어, 괌에서도 도전에 실패한 물공포증인 저도 짧은 시간이지만 스노클링에 성공했어요. 저 닮아 겁쟁이인 아들이 나중에는 바다에서 안 나온다고 자기 베트남에서 살 거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호핑맨 마오씨가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으면 살짝 이동해 주고, 물고기 밥도 준비해 주셔서, 아이들이 물고기 밥을 바다에 자잘히 뿌려주면 물고기들이 닥터피시 마냥 몰려 들어요. 수영을 좋아하는 부녀는 신이 나셨구요. 핸드폰을 방수백에 넣어 맡기면 물속 사진도 멋지게 찍어주십니다.
호텔에서부터 래시가드를 입고 가이드맨 차를 타고 내려서 우리 가족끼리만 보트를 타고, 이동합니다. 남편은 여행 일정 중에 시원한 바람 맞으며 보트 타는 게 제일 재미있었대요. 스노클링을 하고, 미니비치서 놀이를 하고 점심을 먹고 수영복을 입고 그대로 돌아오면 됩니다.
수건, 밥, 음료, 스노클링 장비를 다 챙겨주셔요. 혹시나 싶어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겨갔었는데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바다에 있는 동안은 얀이 지정된 자리에서 저희 물건을 또 지켜봐 주시니까. 도난 걱정도 없었어요.
미니비치에서 해변을 바라보며 바람과 함께 한 식사도 참 좋았어요. 아! 장이 약한 가족들 때문에 액상, 알약 지사제를 잔뜩 준비해왔는데 워낙 검증된 식당만 이용하셔서 5일간 사용할 일이 없었어요. 베트남 현지식도 삼겹살도 다 좋았어요. 가족 모두 살이 쪄서 돌아왔습니다.
야시장, 담시장 현지 가게에서 쇼핑을 할 때도 가이드님과 함께 가면 더욱 많이 깎아주시는 것 같아요. 사람 좋아보이는 얀도, 흥정할 때는 굉장히 단호해집니다.
루이지애나 펍에서도 피곤해 하는 아이 때문에 일찍 일어났지만 얀이 추천한 맥주와 아이스크림도 풍성했어요. 저는 술을 못하지만, 남편 말로는 술도 맛있다고 해요. 아이스크림 종류도 다양해서 아이들도 좋아했어요.
저희는 하루 시외 쪽 리조트를 따로 잡아 하루는 그냥 숙소에서 물놀이만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도 따로 지불하면 기사님만 오셔서 저희를 데려다 주시고 투어 마지막 날은 얀과 함께 데리러 와주셨습니다.
마지막 날은 시내 투어였어요. 롱선사, 포니가르 사원, 대성당 외에 아이들이 있어서 해양박물관도 추가해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수정해 주셨어요. 1월인데 해가 뜨겁더라구요. 다행히 가이드맨에서 모자, 부채, 물을 많이 챙겨주셨어요. 아. 물이 유료인 리조트에서도 가이드맨 물을 챙겨 가서 계속 마셨습니다.
해양 박물관은 둘째가 역사를 좋아하는 남편은 사원을 좋아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해양박물관에서도 보기 좋게 좀 꾸미거나 모형을 사용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있는 그대로 전시되어 있더라구요. 투박해 보이기도 하고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교육적이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옆에서 얀 삼촌이 나트랑 바다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어요. 본인이 어렸을 때 고래가 나타난 적이 있다며(?)
사람들은 다 같은지 롱선사 와불상 소원을 비는 팔꿈치만 닳아 있었는데, 얀 삼촌이 빨리 문지르라며. 포니가르 사원에서도 풍요를 주는 여신의 손을 잡고, 소원을 빌라고… 대성당에서는 또 기도를. 하루에 불교, 흰두교. 천주교 세 분의 신께 소원을 비는 성스러운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담시장은 현금밖에 안 되는 걸 몰라서 동을 적게 준비했다가 가이드님께 빌렸어요. 롯데마트 atm에서 뽑아서 반납했어요. 나트랑의 마당발. 미스터 얀. 이 일을 언제부터 한 건지 모르겠지만 관광지를 갈 때마다 어딜가나 아는 사람이 있어서. 쇼핑도 편하게 했습니다. 시장에 갈 때는 무엇을 살지 정하고, 현금을 좀 넉넉하게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2층에서는 크록스와 여름 티셔츠, 가방을 구입했어요.
갈 때 캐리어를 세 개만 가져갔는데, 구입한 물건이 생각보다 많아서 캐리어를 하나 더 구입해서 몽땅 다 넣고 돌아왔습니다. 1층에서는 커피, 과자, 키링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롯데마트 가서 또 샀어요.
자꾸 커피숍에서 수박주스를 사마시는 저희 아이들에게 한국에도 있는 수박주스를 왜 자꾸 마시냐고. 코코넛처럼 없는 거 마시라고 ㅋㅋ 겨울에는 수박도 2-3키로에 3-4만원 한다는 이야기에 얀 삼촌 놀라시더라구요. 한국에서는 수박이 있는 데 못 먹어요.ㅋㅋㅋ
저녁은 롯데마트 12층에 있는 꾸꾸<쿠우쿠우>에서 먹었어요. 저희 동네에도 있어서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픈이 얼마 아니 되어 그런지 깔끔하고, 규모도 커요. 초밥, 회, 죽, 밥 등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신선하고 룸도 있어서 가족끼리 편안히 먹을 수 있어요. 키즈존도 있는데 진짜 깔끔합니다. 저희 음식도 안 먹고 입실한지 15분 넘게 키즈존에 있다가 결국 얀 삼촌이 데리러 왔어요. ^^
밤 비행기라서 걱정했는데 90분 마사지 받는 동안 둘째가 좀 자서 공항에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전신 마사지는 저희 가족끼리 따로 룸으로 들어갔고, 이틀 간의 경험으로 얀 삼촌이 나머지 셋 마사지 받을 때, 둘째가 잘 수 있는 침대를 따로 준비해 주셨습니다. 다행이었어요.
남편도 처음에는 왜 마사지를 넣는지 이해 못하다가 나중에는 그거 아니었으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고.. 저희 첫째는 간지럽고, 하나도 안 아팠다고 합니다. (너는 몸이 새 거라서 그렇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공항에서 처음에는 둘째가 안 일어나서 아빠가 안고, 수속을 밟으려고 하니 얀 가이드님이 공항에서 저희 캐리어 열고, 당일에 구입한 물건들도 정리해 주셨습니다.
남편은 운전부터 식사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누군가에게 맡기고 여행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저는 추운 한국을 탈출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삼시세끼 남이 해주는 밥도 너무 좋았어요. 진짜 살이 쪘네요. 제주도에서도 토하던 첫째는 오히려 나트랑의 짧은 이동 거리 때문인지 멀미를 안 하고 관광지를 누려 좋았고. 둘째는 해외여행도 바다수영도 모든 것이 처음이라 시도하고, 성장하는 여행이었습니다.
항상 약속 시간보다 먼저 와서 기다려 주셔서 그것도 감사했구요. 기사 분들이나 가이드님도 진솔하면서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 가진 특유의 반짝임이 있는 분들이라서 좋았어요. 가끔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과도한 친절이 아니라 친절하지만, 단정한 느낌? 그래서 더 편안하고, 마음이 시끄럽지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두 아이들도 베트남이라는 나라와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이번 여행을 돌아보며 어려운 점은 친구들이 빈원더스 가격이나 호핑투어 가격을 물어봐도 네이버에 검색하라고 말해줄 수 없다는 점과... 돌아올 때의 깜란 공항의 복잡함. 특히 특정 국가의 사람들의 수도 없는 새치기가 힘들었어요. ㅠㅠ
이제 현실로 돌아가서 산더미 빨래부터 해결해야겠지만, 일상과 단절되어 있는 기간 동안 저라는 인간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앞으로 바쁜 일정을 몇 달은 또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얀 가이드님, 둘째가 얀 삼촌 사랑한대요. 다음에도 또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래요!
댓글 5개